감정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당신에게

1. 왜 내 감정을 말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누군가에게 진심을 말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실 속상했어”, “그 말에 상처받았어”, “지금 외롭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목구멍에서 걸리고, 끝내는 그냥 웃으며 넘겨버리곤 한다. 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데 이토록 주저하게 되는 걸까?

그 이유 중 하나는, 감정을 표현하면 오히려 관계가 멀어질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예민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같은 걱정은 입을 닫게 만든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감정은 숨겨야 예의다", "화를 내면 이기적인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으며 자란 사람일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마치 잘못된 행동처럼 느껴지곤 한다.

또한, 감정을 말하는 순간 나의 약한 모습이 드러날까 봐 두려운 마음도 크다. 우리는 종종 ‘강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상처받아도 괜찮은 척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감정을 숨기는 것이 성숙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감정을 감추는 것이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내면이 지쳐가고, 결국 무기력하거나 분노가 축적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무엇보다 감정을 말하지 않는 습관은 ‘진짜 나’를 보여주는 기회를 빼앗는다. 감정을 말하지 않으면 타인은 나를 이해할 수 없고, 관계는 점점 피상적으로 변한다. 감정 표현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지만, 동시에 진짜 관계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2. 감정을 말하지 않으면 생기는 관계의 오해

감정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하고 쿨해 보일 수 있다. 어떤 일이 생겨도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말하며 넘어간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오해를 불러온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진짜 괜찮은 줄 알고, 더 이상 그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결국 본인은 점점 더 외롭고 고립된 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감정을 말하지 않을 때 생기는 심리적 거리감은 크다. 예를 들어, 친구가 실수로 상처 주는 말을 했을 때, 그 순간 “사실 좀 서운했어”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오해는 금방 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넘기면, 다음에 같은 일이 반복되었을 때 결국 감정이 폭발하게 된다. 문제는, 이 폭발은 상대에게 갑작스럽게 느껴지고, 오히려 ‘왜 이제야 말하느냐’는 반응을 부르게 된다.

또한 감정을 숨기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도 오해하기 쉽다. 내가 감정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가 표현하는 감정에도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계에서 감정의 교환이 단절되며, 말은 오가지만 진심은 통하지 않는 ‘겉도는 관계’가 된다. 결국 관계의 깊이는 감정을 얼마나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감정을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그것을 포기하면 결국 ‘나도 상대도 혼자 남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감정을 말하지 않는 건 상대에게 배려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서로를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조용한 단절이 될 수 있다.

 

3. 감정을 말하는 연습, 처음엔 어색하지만 분명히 가능하다

감정을 말하는 건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익힐 수 있는 능력이다. 처음엔 분명 어색하고 어렵다. 하지만 감정을 말하는 것도 하나의 ‘근육’이라고 생각하면, 자주 쓸수록 자연스러워진다. 가장 좋은 시작은 아주 작은 감정부터 말해보는 것이다. “오늘 기분이 좀 가라앉네”, “조금 불편했어”, “그 말이 좀 아팠어”처럼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보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이때 중요한 건, 감정을 말할 때 상대를 탓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넌 왜 그렇게 말해?”가 아니라, “그 말이 나한테는 좀 서운하게 느껴졌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갈등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내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나 전달법(I-message)’이라고 부른다.

또한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꼭 드라마틱하거나 감정적으로 폭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을 말한다’는 것을 울거나 화내는 일처럼 오해한다. 하지만 사실 감정을 말하는 것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자신을 설명하는 일에 가깝다. 처음에는 종이에 써보는 것도 좋다.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들을 찾아보는 연습은, 내 감정을 더 명확히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다. 감정을 말할 수 있다는 건, 내가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고, 동시에 상대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4.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단단하다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은 더 약한 사람이 아니라, 더 단단한 사람이다. 감정을 숨기는 사람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면은 혼란과 피로에 시달리기 쉽다. 반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내면에 균형이 잡혀 있다. 감정 표현은 자기 방어가 아니라, 자기 회복의 시작이 된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감정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어떤 오해든,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순간 그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반대로, 감정을 억누르고 피하면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관계의 밑바닥에서 곪아가기만 한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이해심이나 배려 이전에, 솔직한 감정의 흐름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여전히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을 말하는 순간, 당신은 단지 나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연결되는 통로를 여는 것이다. 그 연결을 통해 당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감정은 표현될 때 비로소 치유되고, 관계는 그때부터 진짜로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기억하자. 감정을 말하는 건 특별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부터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일이다. 감정을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나 자신을 지키고,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 연습은 작지만, 당신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